봄이 왔습니다. 새벽의 바람은 때때로 차갑게 느껴지지만 완연한 봄입니다. 켈리포니아에도 4계절이 있다는것이 신기합니다. 분명하진 않아도 겨울과 여름 사이, 여름과 겨울사이 봄과 가을을 느낍니다. 봄이 오면 앞에 보이는 산의 눈이 녹아 내리기 시작합니다. 멀리 보이는 빅베어 마운틴의 정상 봉우리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봄이오면 집앞의 공원에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늘어 납니다. 옷 차림도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집앞 이름 모를 꽃들도 피기 시작하고 나무들도 벌써 잎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봄이 오는것을 막아 보려 해도 사람의 힘으론 봄의 기운을 막을수 없습니다. 봄의 에너지도 숨길래야 숨길수 없습니다. 기운을 받은 모든 피조물들이 봄 맞을 채비를 서두릅니다. 산들 산들 봄 바람이 불어오면 주체할수 없던 봄기운을 이젠 좀 숨길수 있게 되었지만 봄을 타는 그 느낌도 감추기 어렵습니다. 점심을 먹은후 따뜻한 봄 볕에 내려오는 눈꺼풀의 무게를 느끼며 쏱아지는 하품과 잠도 감추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춘곤증도 어김없이 우리의 시간속에 찾아오는 봄 손님입니다. 겨우내 묵혀 두었던 봄 옷가지들을 꺼내 놓으면 옷에서 나는 약간 묵은듯한 눅눅한 냄새도 해년마다 늘 느끼는 봄 기운중에 하나입니다. 그 눅눅한 냄새가 이제는 향수 냄새보다 좋아지기 시작한것은 아마도 점점 아저씨가 되어간다는 증거인것 같습니다. 앞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도 묵혀 두었던 털을 모두 보내고 봄 털갈이를 시작 하고 있습니다. 저희집 현관이 쌓여 있는 고양이 털을 보면서 짜증도 났지만 이제는 감출수 없는 봄의 소식이라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숨길수 없는 몇가지 .. 그리고 봄이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꽃가루 ... 약간의 알러지 그리고 재채기와 기침도 숨기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집앞공원에서 야구 리그와 축구 리그가 시작 되었습니다. 제 친구중에 야구 선수가 있습니다. 야구 선수중에 야구를 못하는 친구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 친구중에 수영 선수도 있습니다.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했던 친구 입니다. 물에서 하루 종일 살아도 힘들어 하지 않습니다. 수영을 못하는 수영 선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 친구중에 바둑기사가 있습니다. 유명한 바둑 기사는 아니지만 바둑 체널에서 가끔 얼굴을 봅니다. 그 친구도 바둑을 너무 너무 잘 둡니다. 야구 선수는 야구를 잘하고 축구선수는 축구를 잘합니다. 수영 선수는 수영을 잘하고 바둑 기사는 바둑을 잘 둡니다.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들은 모두 잘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그리스도인 답게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그리스도인 이라는것을 숨기고도 잘 살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저도 때로는 목사인것을 숨기며 살아가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너무 불편합니다. 은행에 가는것도, 스타벅스에 가는것도, 월남 국수를 먹으러 가서도... 목사이고
그리스도인이기에 불편할때가 많습니다. 불평도 잘 못하고 부당한 대우에도 그냥 웃어야 합니다.
모두 제가 목사인줄 알기에 그렇습니다. 목사인데도 여전히 사랑하는 것이 힘듭니다. 목사인데도 예수님처럼 살아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감추고 싶은 죄는 드러나고 내놓고 싶은 하나님의 은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봄에는 좀 다르게 반응 하고 싶습니다. 숨길래야 숨길수 없는 봄 향기 처럼 예수님의 사랑을 마음껏 뽑내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