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 많이 있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어렴풋이 상상만 되는 일이 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모성애"다. 부모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부성애가 있지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홀 아버니가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웠다는 이야기가 새삼 스러운것은 그만큼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홀어머니가 공부시키고 훌륭하게 키워 냈다는 이야기들은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한석봉의 어머니, 이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 맹자의 어머니와 맹모 삼천지교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는 엄마 그 이상임을 보여준다. 한석봉의 아버지는 떡을 썰고 있을 때 무엇을 하시고 계셨을까? 이율곡의 아버지는 율곡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었는지? 맹자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극성스러운 이사에 순순히 따르기만한 무능한 아버지 였는지? 이들 아버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언제부터 아버지를 아빠라 부르지 않고 아버지라 불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 50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직 어머니를 "엄마"라 부른다. "어머니"라고 부를 줄 몰라서도 아니다. 버르장머리가 없어서도 아니다. 더군다나 충청도 양반 교육을 받고 자란 나이기에 이 나이에 엄마라니. 아빠가 아버지가 되던 때부터 아버지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가까이 가기에는 어려운 존재가 아버지였다. 나도 언젠가부터 엄마를 어머니라고 불러야 할 때가 되엇음을 알았다. 엄마를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때에 엄마는 이미 주름이 지고, 허리가 굽어 있었고, 틀이를 하고, 무릎은 정기적으로 쑤시고, 돋보기가 없이는 살아가기 불편한 노인네가 되어 있었다. 젊고 건강한 엄마는 사라지고 없었다.
엄마는 여전히 낡은 처녀적 사진을 가지고 계신다. 양장점에서 맞추어 입은 원피스에 뽀족구드, 양산을 손에들고 찍은 흑백사진, 한껏 멋을 내셨지만 세월의 촌스러움이 묻어있다. 그래도 멋쟁이였고, 여자였고, 아가씨였다. 아버지가 한 눈에 반해 프로포즈를 할만큼 멋을 내신 처녀적 엄마. 그 멋쟁이 여인이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자 식은 밥을 먹었다. 엄마가 되자 얼룩이 묻은 옷을 입으셨다. 원하는 만큼 잠을 잘수도 없었다. 날마다 하던 화장도 하지 못하고 멋도 낼수 없었다. 머리를 잡아 당기고, 토를 해대며, 이빨로 깨물고, 손톱으로 쥐어 뜯어도 마음으로 인내하며 살아내셨다. 그 마음을 간진 한 사람을 우리는 "엄마"라고 부른다. 그래서 세상 엄마들은 말한다. "내안에 심장이 있고 내 몸밖에 또다른 심장을 갖고 사는 존재들이라고" 그래서 나도 어머니라고 부르기 보다 "엄마"라고 부른다.
